소득세 기본공제 180만원 인상 추진, 월급쟁이 세부담 완화될까?

물가 상승에 묶인 조세 기준, 16년 만에 손질되나?
“강제 증세 그만”…월급생활자 중심 조세 형평성 회복 시도

 


늘어난 세금, 오르지 않은 공제…누구를 위한 조세 체계인가

매년 연봉은 조금씩 오르는데, 실질적인 소득 여유는 줄어든다는 직장인들의 불만은 결코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니다. 그 이유는 물가 상승률에 맞춰 올라간 명목임금과 달리, 소득세 공제 기준은 16년 전 그대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 근로소득이 오를수록 세금도 함께 증가하는 누진 과세 구조 속에서, 공제 금액이 고정된 상황은 ‘강제 증세’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소득세 기본공제 금액 인상 법안은 이러한 문제 의식에서 출발했다. 특히 중산층과 서민층을 중심으로 조세 형평성 회복을 외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150만원이었던 기본공제를 180만원으로 상향 조정하겠다는 방침은 주목받고 있다. 해당 법안이 통과된다면 이는 2009년 이후 16년 만의 개편으로 기록된다.

이번 변화는 단순한 세금 감면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간 세법 개정이 고소득자 및 대기업 위주로 논의된 것과 달리, 이번엔 '월급쟁이'들이 중심에 섰기 때문이다. 과연 이번 조치는 실질적인 세금 부담 완화로 이어질 수 있을까? 그리고 이 개정이 우리 사회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이 글에서 그 해답을 찾아보자.
 

소득세 기본공제란 무엇이며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소득세 기본공제란 모든 납세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공제 항목으로, 과세표준을 산정할 때 일정 금액을 공제받는 제도다. 현재 기준으로는 연 150만원이며, 이는 2009년 이후 지금까지 변동이 없었다. 기본공제 금액이 높아질수록 과세표준이 낮아져 결과적으로 납부해야 할 세금도 줄어든다. 때문에 이는 중산층 이하 계층에게 실질적인 세 부담 완화 효과를 제공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세제 장치다.

예컨대, 연 소득 5,000만원의 봉급생활자가 있다고 가정할 때, 기본공제 금액이 150만원에서 180만원으로 올라가면 30만원의 소득에 대한 과세가 면제된다. 이는 해당 구간의 세율에 따라 수천 원에서 수만 원의 세금이 줄어드는 효과를 가져온다. 특히 다자녀 가구나 복수의 소득공제 항목이 적용되는 가구일수록 절감 효과는 더 커진다.
 

16년간 멈춘 공제 기준, 월급쟁이만 희생한 구조

임광현 의원은 “근로소득세는 5년 사이 약 23조 원 증가했지만, 기본공제는 한 푼도 오르지 않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2019년 근로소득세 세수는 약 38조 5천억 원이었으며, 2024년에는 약 61조 5천억 원으로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GDP 대비 법인세 부담률은 줄어든 반면, 근로소득세 부담률은 오히려 증가했다. 이는 근로자들이 물가 상승분에 따른 소득 증대에도 불구하고 실질 임금은 정체되어 있다는 현실과도 맞물린다.

특히 임 의원은 “물가 상승만 반영해도 근로소득세는 약 20조 원이 증가한 셈”이라며, 이를 ‘강제 증세’라 표현했다. 대기업과 자산가 중심의 감세 정책이 유지되는 사이, 국민의 다수를 차지하는 근로소득자들이 세 부담의 상당 부분을 떠안게 된 것이다.

정치적 프레임 아닌 조세 형평성 문제로 접근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형평성'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법안을 단순한 감세 논의가 아니라 조세 정의의 복원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물가는 오르고 실질임금은 제자리인데, 세금만 계속 느는 게 정상인가”라며, 이 사안이 결코 정치적 프레임에 갇힐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또한 임광현 의원은 “이번 공제 상향은 다자녀 가구에 더 큰 혜택을 주므로, 저출생 문제 대응에도 부합하는 실용적 정책”이라 밝혔다. 이는 조세 정책이 단순히 세수 확보를 넘어서, 사회 구조 개선과 연결되어야 한다는 점을 부각시킨 발언으로 해석된다.
 

연간 세수 감소 1.9조…국가 재정에 미칠 영향은?

민주당이 자체적으로 추산한 세수 감소 규모는 연간 1조 9천억 원이다. 근로소득세 1조 1천억 원, 종합소득세 8천억 원 수준이다. 일부에서는 이 같은 세수 감소가 국가 재정 건전성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세 부담 완화는 중산층 소비 여력을 높이고, 내수 활성화와 경제 성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OECD 국가들 중 기본공제 기준이 물가에 따라 자동 조정되는 사례도 많으며, 우리나라 역시 조세 체계의 합리화를 위해 공제 기준의 주기적 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16년간 변하지 않은 공제 기준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이다.
 
 

16년 만의 조세 개편, 봉급생활자의 숨통 트일까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소득세 기본공제 인상안은 단순히 세금 감면을 위한 법안이 아니다. 이는 조세 정의의 복원이며, 중산층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지원 정책이다. 고정된 공제 기준으로 인해 물가 상승의 그늘 아래서 묵묵히 세금을 더 내야 했던 ‘월급쟁이’들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상징적 조치이기도 하다.

물론 재정적 측면에서의 우려는 존재하지만, 이를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국민의 소비 여력을 회복시키고, 출산 장려에도 기여할 수 있는 다층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정쟁을 넘어 조세 형평성 회복이라는 큰 틀에서 이번 개정 논의가 국회에서 진지하게 다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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