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잇돌대출 확대와 지역금융 인센티브 강화…저축은행 제도 전면 개편

사잇돌대출 확대…중신용자까지 문턱 낮춘 정부의 금융 접근성 개선책
수도권 쏠림 완화 위한 가중치 차등과 NPL 전문회사 설립 추진



"신용점수가 낮다고 해서 대출의 문턱에서 좌절해야 할까?" 지금까지는 그렇다는 대답이 많았다. 하지만 정부가 저축은행 제도를 전면 개편하면서 중저신용자도 안정적으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특히 중금리 대출 상품인 '사잇돌대출'의 대상이 확대되고, 비수도권 대출에 인센티브가 주어지면서 지역 기반의 금융 접근성도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금융 불균형 해소를 위한 정부의 이번 조치가 금융 소외계층에게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부는 지난 3월 20일, '저축은행 역할 제고 방안'을 발표하며 중신용자까지 사잇돌대출 이용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전면 개편했다. 기존에는 신용 하위 30%의 저신용자만 사잇돌대출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이번 개편으로 신용 하위 50%까지 대상이 확대됐다. 이는 단순한 대상 확대를 넘어, 금융 포용성을 확대하려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다. 서울보증보험이 100% 보증하는 구조 덕분에 저축은행도 리스크 부담을 줄이면서 보다 적극적인 대출을 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그동안 사잇돌대출은 부실률 상승과 보증 여력 감소로 공급에 제약이 있었다. 그러나 대상 범위를 넓히고 공급의 안정성을 확보하면, 중신용자 역시 제도권 금융 안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 이는 대부업이나 고금리 비제도권 금융에 의존하던 이들의 금융 건전성 회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저축은행이 영업구역 내에서 정책금융상품을 확대 취급할 경우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햇살론 같은 서민금융 상품이 여신비율 산정 시 기존보다 높은 가중치(150%)를 적용받게 됐다. 이는 저축은행이 서민을 위한 정책금융상품을 더 많이 공급하도록 유도하는 장치다. 기존에는 민간 중금리대출이나 사잇돌대출만 해당 가중치가 적용됐기 때문에, 햇살론 취급을 꺼리는 현상이 있었다. 하지만 제도 개선으로 햇살론 공급도 활성화될 전망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민간 중금리대출에도 예대율 산정 시 인센티브를 추가했다. 기존에는 햇살론, 사잇돌대출만 예대율에서 제외됐지만, 앞으로는 민간 중금리대출의 10%도 제외되어 저축은행의 자율성과 건전성 간 균형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한편, 지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조치도 병행된다. 수도권에 편중됐던 저축은행 여신이 비수도권으로 분산될 수 있도록, 수도권 대출에는 90%, 비수도권 대출에는 110%의 가중치를 각각 부여한다. 실제로 현재 저축은행 총여신 중 비수도권 비중은 34.3%에 불과해, 경제 규모나 인구 비중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복수 영업구역을 가진 저축은행일수록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각한데, 이 같은 가중치 차등은 지방경제에 실질적인 활력을 줄 수 있다.

저축은행의 지역 재투자 평가도 강화된다. 평가 점수가 90점 이상인 최우수 저축은행은 경영관리(M) 등급 상향과 함께 기관 포상도 받게 된다. 평가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저축은행이 정책금융 공급 등에서 실적을 낼 경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한 것이다.

중소형 저축은행의 신용평가 역량 강화를 위한 조치도 포함됐다. 자체 CSS(신용평가시스템) 도입이 어려운 중소형 저축은행을 위해 업계 공동 데이터 관리 및 대안 정보 활용이 추진된다. 또한, 중소형사의 비대면 개인신용대출 활성화를 위해 일정 비율을 여신비율 산정에서 제외하는 혜택도 부여된다. 이는 디지털 금융 확대에 따라 변화하는 금융 소비 패턴에 부응하기 위한 조치다.

마지막으로 저축은행 업권의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NPL(부실채권) 전문관리회사 설립도 본격 추진된다. 중소형 저축은행은 부실채권 관리 인프라가 부족해 자체 매각이나 추심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에 저축은행중앙회가 2분기 중 대부업법상 NPL추심회사를 설립하고, 향후 자산관리회사로 전환해 부실자산 정리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번 정부의 저축은행 제도 개편은 단순히 제도 손질에 그치지 않는다. 중저신용자 금융 접근성 개선, 지방금융 활성화, 저축은행 경영 건전성 확보 등 여러 과제를 종합적으로 반영한 종합 금융 대책으로 평가된다. 제도의 현장 안착 여부에 따라 실질적 성과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댓글 쓰기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