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허가제 확대와 대출 규제 강화, 서울 부동산 시장에 드리운 그림자

"토지거래허가제 재지정, 부동산 시장 안정 효과는?"
"금융당국 대출 규제 강화에 실수요자도 불안"


서울 부동산 시장이 다시 혼란에 빠지고 있다. 정부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와 함께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강화 조치가 잇따라 발표되며, 시장 참여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거래를 앞둔 실수요자부터 투자 목적의 매수 대기자까지 갑작스러운 규제 변화에 당황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정책 의도는 명확하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 역시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갑작스러운 대출 중단으로 인해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토지거래허가제가 과연 실효성 있는 규제인지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서울시는 3월 24일부터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다시 지정했다. 이는 지난해 말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동)의 허가구역 해제 이후 집값 상승 기대감이 퍼지며 다시 과열 조짐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지정 하루 전인 주말부터 호가가 떨어진 거래들이 이어졌다. 송파구 잠실동의 주요 아파트 단지에서는 기존 최고 호가보다 3억~4억 원 낮은 수준에서 거래가 성사됐다. 집주인들은 규제 직전 마지막 기회를 노렸고, 매수자들은 대출이 더 막히기 전에 매수를 서두른 결과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서울 및 수도권 지역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자율 규제를 강화한다고 밝히며, 일부 은행들이 다주택자의 신규 주택구입용 대출이나 갭투자에 사용되는 전세자금대출 취급을 중단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는 사실상 실수요자와 투자자의 자금줄을 동시에 차단하는 셈이다. 실제로 중개업소에는 "대출이 갑자기 막히면 계약금을 날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전화가 잇따랐다. '상급지 갈아타기'를 계획하던 실수요자들도 대출 중단에 발이 묶였다.

토지거래허가제가 과연 집값 안정에 효과가 있었느냐는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신한투자증권이 국토부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잠삼대청' 지역에서 해당 제도가 시행된 2020년 6월 이후 2년간의 매매량은 시행 전보다 감소했지만, 오히려 가격은 더 많이 올랐다.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는 시행 후 2년간 23.8% 상승해, 시행 전 2년 동안의 상승률 22.7%보다 더 높았다. 송파구 잠실동도 마찬가지였다. 거래가 줄었을 뿐, 수요가 줄지는 않았다는 방증이다.

이 같은 현상은 결국 입지의 희소성과 교육·교통 인프라에 대한 선호가 규제를 뛰어넘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투기 억제라는 명분은 있지만, 실효성 있는 수요 억제 없이 공급 부족만 심화되는 역효과를 낳고 있는 셈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조치가 끝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3월 25일 주요 시중은행들을 소집해 토지거래허가제 재지정 이후의 시장 동향과 대출 흐름을 점검하고, 투기 수요를 근절하기 위한 추가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사례를 보면 규제만으로는 수요를 막기 어려운 실정이다. 오히려 정책 예고 없이 이뤄진 급작스러운 변화가 시장을 더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

서울 부동산 시장은 지금 규제와 기대 사이에서 요동치고 있다.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분명하지만, 실수요자와 시장 참여자들에게 지나친 부담을 지우지 않도록 정교한 정책 조율이 요구된다. 진정한 시장 안정은 예측 가능성과 일관성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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